'감마' 세대는 22세기 중반에 들어 생산되기 시작한 보급형 안드로이드 모델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동시에, '베타' 세대의 풍요에
힘입어 22세기에 새로이 생명을 얻은 인류를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출생부터 생활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안드로이드를 접해 그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감정적 애착이 큽니다. 안드로이드를 하나의 다른 '인종'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가전기기가 아니라 인간과 유사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안드로이드와 진심으로 연애를 하거나 진짜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고, 결혼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안드로이드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교류하는 인간만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간혹 안드로이드를 불법 개조하여 성적, 정서적으로
착취하려는 시도가 적발되어 큰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이에 자연스럽게 안드로이드 권리에 대한 논쟁이 22세기 최고의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참정권, 경제적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소유권, 저작권, 입양권 등... '인류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권리를 안드로이드에게도 허용할 것인가? 허용한다면 어디까지가 적정한가?'가 그 주제였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이슈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사적 권리는 없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권리는 그 소유주인 인간이 해당 안드로이드의 명의로 법인을 설립해줄 때에 그 법인을 통해서만 행사될 수 있습니다. 즉,
안드로이드는 소유주의 허가 하에 계약을 맺거나 재판에 참여하고, 세금을 낼 수는 있지만 보호자로서 아이를 양육하거나, 상속을 받을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더불어 안드로이드 파괴 행위는 2157년 그린우드 대 라미레스 사건 판결에 의하여 상해 혹은 살해가 아니라
소유주에 대한 재물손괴죄로 처리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이렇게 인간과 그 재산 사이의 모호한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